한국연구재단, 전문성·민주성·공공성 혁신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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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06-13 11:51 조회26회 댓글0건본문
한국연구재단, 전문성·민주성·공공성 혁신 필요하다
- 배성인
- 승인 2025.06.11 09:00
비정규교수가 새 정부에 요구한다⑤ 한국연구재단 혁신과 비정규교수 처우개선
배성인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성공회대분회장
지난 2019년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 시행 이후 6년이 지나고 있다. 강사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위해 ‘강사제도’가 도입됐지만, 강사들은 시간강사 때보다 모든 상황이 더 악화했다고 말한다. 교육부와 국회 앞에서 수시로 기자회견을 열고, 천막농성을 벌여도 묵묵부답이다. 강사들이 말하는 현행 ‘강사제도’의 개선 과제를 일곱 차례에 걸쳐 듣는다.
인문사회의 불안정 연구자들은
연구재단의 기획사업에 생계가 좌우된다.
예산 배분 위주의 사업 방식, 기존 사업의 답습,
행사 위주의 사업, 비생산적인 집단 연구를 혁신해야 한다.

매년 5월은 대학 인문사회계열의 비정년트랙 교수, 비정규교수, 독립연구자, 대학원생 등 불안정 연구 노동자들에게 매우 긴장되고 촉각을 곤두세우는 시기이다. 한국연구재단에 신청한 사업의 선정 결과가 발표되기 때문이다.
2025년도 인문사회 학술연구교수 A유형은 신규 과제 선정률이 약 28.1%다. 1천400여 명의 연구자가 신청했는데, 390여 과제가 선정되었다. 인문사회 학술연구교수 B유형은 3천600여 명이 신청하여 1천290여 과제가 선정되었다. 신규 과제 선정률은 약 36.2%다. 총 6천여 명이 신청해서 1천680여 명이 선정되었고 4천300여 명이 탈락하였다. 탈락한 연구자들은 앞으로 1년 동안 생계유지를 위해 다른 일거리를 찾아야 한다.
이들 연구자에게는 연구재단의 사업비가 본업과 직접 관련된 거의 유일한 생계 수단이다. 대학에서 한두 강좌 강의하고 있는 비정규교수들에게는 1년 동안 카드 돌려막기와 알바에서 해방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강의가 없는 독립연구자나 대학원생들에게는 생명연장 비용이라고 슬픈 농담을 주고 받는다.
그럼에도 연 4천만 원에 달하는 학술연구교수 A유형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B유형 학술연구교수에게 지급되는 사업비 연 2천만 원은 생계비에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그것도 소속기관에 지급하는 간접비를 제외하면 소폭 줄어든다.
결국 이 정도의 수입으로는 가정을 유지하는데 매우 버겁고, 청년 연구자들에게는 결혼, 출산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해법은 단순하다. 학술연구교수 A유형과 B유형을 통합해 연 6천여 명에게 연 3천만 원씩 지급하면 된다. 연 1천 8백억 원이 소요된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다. 그만큼 처우개선이 절박하다는 얘기다.
연구재단에 종속적인 불안정 연구자들
한마디로 연구재단 사업은 이들 불안정 연구자에게 생명수와 같은 존재다. 이들 연구자가 연구재단에 의존적이며 종속적인 관계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것도 기획된 종속관계이다. 연구재단에 의해 기획된 사업에 생계가 좌우된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해결 방안은 간단하다. 연구재단의 조직과 사업 구조를 혁신적으로 바꾸면 이러한 종속관계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할 수 있다.
연구재단의 조직과 사업의 문제점을 일일이 열거하기에는 너무 많다. 핵심적인 문제 몇 가지만 간단히 언급하면, 연구재단은 전문성, 민주성, 공공성이 없다. 몇 년 전부터 방만한 사업을 정비해서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예산 배분 위주의 사업 방식, 기존 사업의 답습, 행사 위주의 사업, 비생산적인 집단 연구 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성의 결여란 학계의 참여가 미흡한 상황에서 관료 주도의 운영이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연구재단은 공적 역할을 담당하지 못하며 공공성 구현과 관련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연구재단의 가장 중요한 설립 목적이 연구 인력 양성인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공공성 결여는 늘 예상된 문제다. 그 외 문제점은 셀 수 없을 정도다. 그래서 전면적인 혁신이 필요한 것이다.
연구자의 생계가 경각에 달려있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의 출범으로 막을 내린 이번 대선에서 연구재단의 혁신을 공약으로 내건 후보자가 아무도 없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동학위’, ‘서울대 학부 폐지’ 등이 핵심이었다. 연구재단을 잘 모를 수도 있다. 그나마 학벌주의가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인식에 공감하는 것 같다. 처방은 근본적이지 않다. 근본적이라 해도 중장기적이다. 그 과정에 수많은 불안정 연구자의 생계가 경각에 달려있다. 그래서 단기적 처방도 필요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재명이 늘 강조한 민생인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내란 세력 척결이 빛의 혁명을 완수하는 것이라고 했다. 빛은 일정한 형태를 지니고 있지 않다. 밝게 빛나면 그것이 빛이다. 그렇다고 불안정 연구자들이 빛이 아닌 것을 빛이라 여기고 위로와 희망을 얻을 수는 없다. 박근혜를 탄핵한 촛불도 불안정 연구자들에게 혁명이 아니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했다. 이재명 정부는 한국연구재단을 전면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배성인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성공회대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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